신뢰의 여정에 필요한건 등불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 (시편 119:105)
우리는 종종 하나님께 '지도'를 요구합니다. 내 인생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언제쯤 이 고난이 끝나는지, 10년 뒤의 나는 어떤 모습일지. 저 멀리 있는 미래까지 환하게 비추는 '서치라이트' 같은 빛을 원합니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불안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 알지 못하고 걷는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편 기자는 주의 말씀이 온 세상을 한 번에 비추는 태양이 아니라, '내 발의 등(Lamp)'이라고 고백합니다.
고대 근동의 등불은 고작해야 딱 한 걸음 앞, 바로 내 발 앞만을 비출 수 있는 작고 희미한 빛이었습니다. 왜 하나님은 우리에게 인생 전체를 조망하는 지도를 주지 않으시고, 겨우 한 걸음만 비추는 등불을 주셨을까요.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9)
만약 하나님이 우리의 모든 미래를 한 번에 다 보여주셨다면, 우리는 그 길이 너무 멀고 험해서 지레 주저앉았거나, 혹은 하나님 없이도 갈 수 있다며 교만하여 그분의 손을 놓아버렸을지 모릅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우리가 인생의 '정답'을 알고 걷는 것이 아니라, '인도자' 되신 그분을 신뢰하며 걷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분은 딱 한 걸음만큼의 빛만 허락하십니다. 그 한 걸음을 떼어야만, 비로소 다음 한 걸음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이 우리를 인도하시는 방식입니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 같이 나오리라" (욥기 23:10)
욥의 고백처럼, 우리는 나의 가는 길을 모를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막막함을 마주합니다. 그러나 내가 길을 모른다고 해서, 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하나님이 멈추신 것은 아닙니다.
"오직 나는 여호와를 우러러보며 나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나니... 나의 대적이여 나로 말미암아 기뻐하지 말지어다 나는 엎드러질지라도 일어날 것이며 어두운 데에 앉을지라도 여호와께서 나의 빛이 되실 것임이로다" (미가 7:7-8)
어두운 데 앉아있을지라도, 여호와께서 친히 나의 빛이 되어주십니다. 빛 되신 주님이 나와 함께하신다면, 어둠은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저 주님을 더 꽉 붙잡게 만드는 배경일 뿐입니다.
그러니 내일의 염려로 오늘의 빛을 흐리지 마십시오.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 (마태복음 6:34)
우리에게 필요한 믿음은 먼 미래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아니라, 오늘 주님이 비춰주시는 그 한 걸음을 묵묵히 내딛는 단순한 순종입니다.
내 발의 등불 되신 주님. 멀리 보이지 않아 답답할 때에도, 당신이 비춰주시는 오늘 하루치 은혜면 충분함을 고백합니다.
우리는 지도를 가진 자들이 아닙니다. 우리는 빛 되신 주님을 가진 자들입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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